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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치콘티니가의 정원 [양장]

원제 : Il giardino dei Finzi-Cont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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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페라라를 영원의 도시로 만든 '기억의 작가' 조르조 바사니의 대표 걸작

"그녀는 미래를 증오했고,
미래보다는 '순결하고 강인하고 아름다운 오늘'을,
친근하고 달콤하고 성스러운 과거를 훨씬 더 사랑했으니."


1962년작. 명실상부한 바사니의 대표 걸작이자 성공작. 1938년 반유대주의 인종법이 통과된 그때, 유리같이 투명하고 눈부신 날씨가 마법에 걸린 듯 이어지던 그 무렵, 높다란 담벼락에 싸여 페라라 사람 그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던, 푸르른 정원이 딸린 유대인 귀족 가문의 철통 대문이 열리기 시작하는데......
파시즘 광풍이 휘몰아치던 그곳 페라라에서 '철없는 사랑의 푸르른 천국'(보들레르)이자 '수정의 벽'(바사니)처럼 반짝이던 박동하는 젊음의 녹음 속으로 피신한 '나'의 기억과 역사에 관한 이야기.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유일한 천국은 우리가 상실한 천국일 뿐'(프루스트)인 이 세계에 대한 한 편의 비극적이고도 찬란한 우화.

★ 1962년 비아레조 상 수상
★ 1970년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이 영화화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및 아카데미 최우수외국어영화상 수상]

출판사 서평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문학의 이념적 잔해를 넘어 문학의 순수성을 지켜낸 현대소설의 백미

W. G. 제발트, 알베르토 모라비아, 이탈로 칼비노 등 문학의 대가들이 극찬한 작가이자,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데시카, 파솔리니 등 영화 거장들이 사랑한 이탈리아 현대소설계의 대부, '기억의 작가' '페라라의 작가'로 불리는 20세기 후반 이탈리아 문학의 숨은 거장 조르조 바사니(Giorgio Bassani, 1916~2000)의 대표 걸작이자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작품 [핀치콘티니가의 정원](1962)은, 소설집 [성벽 안에서―페라라의 다섯 이야기], 경장편 [금테 안경]과 함께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바사니의 장편소설이다. 1962년 비아레조 상을 받은데다 출간 당시 이십만 부가 팔리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 작품은, 1970년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이 영화화해 이듬해에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며 더욱 유명해졌다.
소설의 큰 줄거리는 1938년 반대유주의 인종법 공표에서 시작해 이차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까지 무솔리니 내각의 파시즘 광풍이 불어닥친 페라라를 무대로, 부유한 유대인 가문 핀치콘티니의 몰락과 질풍노도의 청춘기를 겪는 그 가문의 딸 '미콜'과 '나'의 일그러진 사랑의 기억이다. 볼로냐에서 태어나 유년기와 청년기를 페라라에서 보낸 유대인 작가 바사니는, 이차대전 파시즘 체제하의 인종법과 유대인 박해라는 역사적 체험과 기억을 문학적으로 가장 잘 구현해낸 작가로서 페라라 유대인 공동체 전체의 증인이자 기록자로 평가받는 작가다. 그러나 무엇보다 작가 바사니는 아우슈비츠 이후 더이상 서정시는 쓸 수 없다고 한 아도르노에 맞서 문학의 진정한 힘인 시적 순수성으로 네오리얼리즘의 역사적 이념성과 증언문학이 지닌 교훈적 기록성의 한계를 극복해내고자 했다. 그는 거대 역사가 한 개인을 결코 담아낼 수 없는 걸 알기에, 한결같이 문학 안에서, 삶이 지닌 본래의 고독과 한 인간 내면에 깃든 고유한 삶의 격정과 고뇌를 포착하고자 했다. [핀치콘티니가의 정원]은 '기억의 작가'답게 오늘날 이탈리아 현대문학사에서 전쟁 희생자, 죽음, 유대인, 동성애, 노동자계층 등 단절/소외/차별의 분열지대에 놓인 역사적 개인을, 개인의 역사를 바사니 자신이 겪은 자전적 체험과 더불어 녹여낸, 그의 문학세계의 완숙미와 절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 말미에 부록으로 자세한 작가 연보와 페라라 지도를 실어, 작가와 함께 격랑 속에 있었던 페라라의 신화적 장소와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여로를 면밀히 따라가볼 수 있도록 했다. 유대교 회당과 무덤, 마치니 거리와 조베카 대로, 에르콜레프리모데스테 대로와 성벽이 있는 공원 등 페라라 곳곳을 문학작품 안에서 기념비적으로 눈부시게 조명했던 바사니는, 이제 페라라의 역사적 인물이 되어 그의 이름을 딴 공원이 생겼을 정도다.

한 개인의 체험과 기억이 살려내는 생존자들의 다성성과 독특한 문체미의 결합
- '무덤'에서 시작해 이끼가 덮어버린 '입'으로 끝나는 이야기


2015년 파트릭 모디아노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그해, 이탈리아 북부 도시 페라라 언론에서는 모디아노를 가리켜 '프랑스의 바사니'라고 했다. 이탈리아 문학사에서 바사니의 위상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두 작가를 관통하는 연결점은 '기억'이라고 하는 사회적 역사적 정치적 층위와 개인사의 긴장에서 나온 문학의 주요 화두 때문이기도 하다.
[핀치콘티니가의 정원] 첫머리 [프롤로그]는 25세기도 더 된 고대 에트루리아인들의 무덤 방문에서 시작한다. 화자 '나'는 우연히 들른 무덤 탐방에서 자신의 청춘을 송두리째 사로잡았던 핀치콘티니 가문에 대한 기억으로 넘어간다. 제1부에서 제4부로 이어지는 서사는, 바로 그 기억의 푸르른 절정 속에서 회고되는 질풍노도의 개인사와 페라라를 무대로 한 유대인 공동체 이야기다. "철없는 사랑의 푸르른 낙원"(보들레르)으로 묘사되는 그 대저택의 정원에서 '나'는 한때의 잃어버린 낙원과 사랑을 기억해내고, 오늘의 폐허 속에서 이름도 무덤도 없이 사라져버린 그들의 이름과 이야기를 불러들인다. 이 소설에서 생존자는 주인공 '나'뿐이며, 나의 기억에서 불려나온 모든 타자의 목소리는 죽은 자들의 목소리다. 작가는 "기억 속에서 그들을 불러냈기에, 그들 모두가 죽은 자들이기에, 이 사실을 부디 잊지 말라고 나의 목소리는 죽은 자들과 그토록 자주 겹쳐졌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리하여 바사니 특유의 문체미가 묘를 발휘하는데, 요컨대 '반직접화법' 또는 '자유직접화법'이라고 불리는 화법으로 나와 타자의 목소리를 분간할 수 없게 뒤섞어버림으로써, 죽은 자들 앞에서 살아남았다는 게 과연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자문해보게끔 한다. 이차대전 이후 역사의 광기와 폭력이 가신 다음에 남은 황망한 자리에서, '나'는 [에필로그]에서 "순결하고 강인하고 아름다운 오늘"(말라르메)을 그 어떤 미래보다 사랑했던 죽은 연인, 절망적이고 기만적인 말이 흘러나오던 상처의 장소였던 그 입을 진정한 사랑의 입맞춤으로서만 막을 수 있기에, 죽은 그이의 입에 자신이 아낀 몇 마디 진실의 말로 기억을 봉인하면서 이 대서사의 문을 닫는다. 시인 로베르토 파치는 바사니를 가리켜 "무덤 하나 없던 유대 민족을 위해 글말로써 무덤을 지어 바친 작가"라고 했다. 이 작품이야말로 바사니가 문학의 본령으로 쌓아올린 페라라와 유대 민족에 바치는 순수 기념비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소용돌이 역사 한가운데서 고요한 낙원처럼, 폐허의 성채처럼, 전설적인 무덤처럼 버티고 선 이 [핀치콘티니가의 정원] 담벼락을 넘어갔다 나오면, 오늘날 독자의 가슴에 이 작품도 또하나의 기억으로 자리하리라.

"나란히 묘지에서, 둘이 친족처럼
한밤에 만나
우리는 이야기했네. 우리의 이름을, 우리의 입을
이끼가 덮어버릴 때까지."
- 본문 188쪽에 인용된 에밀리 디킨슨의 시

추천사

바사니는 이탈리아 부르주아 의식의 혼란상을 파헤치는, 전후 최고의 작가 중 하나다.
- 이탈로 칼비노

높은 문학적 기대에 마땅히 부응하는 생동감 넘치는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소설.
- W. G. 제발트

무덤 하나 없던 유대 민족을 위해 글말로써 무덤을 지어 바친 작가, 바사니 문학은 죽은 자들에게 바치는 경건한 오마주다.
- 로베르토 파치

매번 주제도 관심사도 정치상황도 다르나 바사니 작품들에서 명쾌히 묻고 있는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살았다는 것은 과연 무슨 의미인가?
- 팀 파크스

바사니 작품 가운데 가장 매력적이고 가장 논쟁적인, 독특한 문체를 뽐내는 소설.
- 안젤라 조에

목차

프롤로그
제1부
제2부
제3부
제4부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조르조 바사니 연보
추천의 말_안젤로 조에
조르조 바사니 [페라라 소설]을 펴내며_김운찬
페라라 지도

본문중에서

나는 그를 보았다. 축복이 내려지는 시간 내내, 그의 밑에 있는 알베르토와 미콜 역시 그들의 텐트 틈 사이로 바깥을 쉴새없이 탐색하고 있었다. 그들이 나를 보고 웃었고 윙크를 했다. 둘 다, 특히 미콜이, 이상하게 사람을 끌어당겼다.
(/ p.51)

눈을 감으면 미콜 핀치콘티니가 아직도 거기, 그녀 집 정원 담 위에서 얼굴을 내밀고 나를 보며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서로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미콜 머리 위쪽의 새파란 하늘은 어느새 구름 한 점 없이 뜨거운 여름 하늘이었다. 그 하늘은 어떤 일이 있어도 변할 것 같지 않았고, 적어도 내 기억 속에서만큼은 실로 그 무엇에도 변함이 없었다.
(/ p.63)

무솔리니가 호흡을 가다듬을 시간을 준 사람들은, 바로 우리들의 이상인 그 자유주의자들이었다. 여섯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두체는 출판의 자유를 억압하고 정당을 해산시키는 것으로 그들의 기여에 보답했다. 조반니 졸리티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피에몬테 시골로 몸을 숨겼다. 베네데토 크로체는 다시 좋아하는 철학과 문학 연구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그들보다 훨씬 죄가 덜한 사람, 아니 완전히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이 한층 더 가혹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아멘돌라와 고베티는 죽을 만큼 맞았다. 필리포 투라티는 가여운 안나 부인을 불과 몇 년 전 땅에 묻은 밀라노에서 멀리 떠나 유배 생활중에 사망했다. 안토니오 그람시는 우리의 그 유명한 감옥에 갇혔다(작년에 감옥에서 사망했다. 우리도 그 사실을 알고 있지 않았나?). 이탈리아 도시노동자와 농민들은 그들의 타고난 지도자와 함께 사회적인 자유를 얻고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실질적인 희망을 모두 잃어버렸다. 그리고 이미 거의 이십여 년 전부터 식물인간이 되어 소리 없이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 p.51)

"대신 저기 저 보트를 좀 봐. 얼마나 정직하고 위엄 있는지, 얼마나 정신적인 용기가 있는지...... 보트는 제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지만 그 뒤에 이어질 결과들을 받아들일 줄 알아. 사물들도 죽어, 친구. 그러니까 사물들도 죽어야 한다면, 그게 사실이라면, 죽게 놔두는 게 더 나아. 무엇보다 그게 훨씬 멋있으니까, 안 그래?"
(/ p.146)

아니, 제발. 페라라는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 떠올릴 수도 있을 법한 그런 감옥이 절대 아니었다. 물론 공업단지에서 보면 둥근 원같이 오래된 담 안에 갇혀 있어, 특히 날이 안 좋을 때면 고립되고 고독한 도시라는 인상을 쉽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와 가까이에서 선입견 없이 자세히 살펴보게 되면, 다른 모든 도시와 마찬가지로 페라라는 정직과 지성과 선량함, 그리고 용기까지도 자신의 가슴 안에 품고 있던 도시다. 다만 눈멀고 귀먹은 사람들, 아니면 메마른 사람들만이 이를 무시해버리거나 인정하지 않을 뿐.
(/ p.202)

가장 증오할 만한 반유대주의는 이런 것이다. 유대인들은 다른 사람들과 전혀 다르다고 불평하다가, 또 반대로 그들이 주변 환경에 거의 완벽하게 동화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유대인들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라고, 그러니까 평균적인 사람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불평하는 것이다.
(/ p.208)

마지막으로 어두운 수면 같은 앞쪽 거울에 비친 나 자신을 보았다. 나 역시 벌써 머리가 약간 셌고, 나 역시 동일한 톱니바퀴 속에 들어가 있었지만, 마지못해 거기에 끼어 있으면서도 아직은 포기하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 속으로 말했다. 나는 아직 분명히 살아 있어! 그러나 그때, 아직 살아 있었다면, 뭐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그곳에 계속 앉아 있었던 걸까? 그 절망적이고 기괴한 유령들의 모임을 왜 당장 박차고 나가지 않은 걸까?
(/ p.230)

"다 지나갈 거다." 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다 지나갈 거야.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물론 지금 이 순간 네가 어떤 기분일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구나. 그래도 약간 부러운 마음도 있단다, 아니? 살아가는 동안 이 세상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진심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적어도 한 번은 죽어야만 하겠지. 그러니까 법칙이 이렇다면야, 젊어서 죽어보는 게 더 좋다는 거다. 일어나서 부활할 시간이 아직 눈앞에 많이 남아 있을 때 말이다......"
(/ p.351)

나는 마그나도무스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풀이 무성한 비탈길 가장자리로 걸어갔다. 핀치콘티니 저택은 모두 불이 꺼져 있었다. 남쪽으로 난 미콜의 방 창문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날 밤 그 창문에서도 작은 불빛 하나 새어나오지 않았던 것만은 확신한다. 마침내 '신성한' 담장, 미콜이 보들레르 시구를 빌려 "철없는 사랑의 푸르른 낙원"이라고 불렀던 바로 그곳을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지점에 이르자, 돌연 어떤 생각에 사로잡혔다. 담을 타고 올라가 정원에 몰래 들어가볼 수 있지 않을까? 어린 시절 까마득한 옛날, 유월의 그날 오후, 난 감히 그렇게 해볼 엄두도 못 냈었다. 겁이 났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 p.358)

저자소개

조르조 바사니(Giorgio Bassani)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16~2000
출생지 이탈리아 볼로냐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16년 3월 4일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태어난다. 부유한 유대인 집안 출신으로, 유년기와 청년기를 페라라에서 보낸다. 1934년 볼로냐 대학 문학부에 입학해 미술사가 로베르토 론기에게서 수학한다. 대표적인 반파시즘 지식인 베네데토 크로체의 글에 심취해 있던 대학 시절, 페라라의 일간지 [코리에레 파다노]를 통해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1938년 반유대주의적 인종법이 선포될 무렵부터 반파시즘 활동에 참여하다 1943년 체포되어 구금된다. 무솔리니가 실각하면서 풀려난 뒤 로마에 정착한다. 이차대전 후에는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해나가는 동시에, 당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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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비교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탈리아 대사관이 주관하는 제1회 번역문학상과 이탈리아 정부에서 주는 국가번역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 통번역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 [나무 위의 남작],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 [주기율표], 움베르토 에코의 [바우돌리노], [미의 역사],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가족어 사전], 안토니오 타부키의 [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 조르조 바사니의 [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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